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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 문화생활 기록 및 자랑질

책, 2017년 6월

2017 / 2017.06.23 20:48


4월까지 http://yann.tistory.com/1023

5월 http://yann.tistory.com/1042


1) Diary of a wimpy kid #9 The Long Haul / 6월 4일


아 졸라 지겨운데 그래도 쉽게 편하게 읽는 맛에 그냥 꾸역꾸역.....



2) 나의 진짜 아이들 / 조 월튼 / 이주혜 / 아작 / 6월 12일



일단 재밌다. 

작가가 휴고 상을 수상한 전적이 있고, SF로 분류되어있길래 뭐지 하고 읽었는데, 장르 구분이 좀 애매하긴 하다. 역사를 뒤집어놨다. 

핵무기가 사용되어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주인공들은 반핵 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역사에선 이미 죽은 사람들이, 책 속에선 죽지 않고 살아서 세상에 큰 영향을 미치며 살아가고, 달에서 사람이 살고, 화성으로 진출하는 첫 발을 떼기도 한다. 그래서 SF인가? 잘 모르겠다. 


재미는 있는데 이런게 SF라면 어쨌든 내 취향엔 조금 그렇다. 너무 많은 사건과 사람으로  꽉꽉 채워놨다. 좀 산만하고 정신없다. 

SF를 최근에 몇 권 연달아 읽었는데, 늘 좀 별로. 설득력이 떨어진달까. 

'이건 좀 황당하다'는 생각이 한 번 들어버리면 그 책에서 일단 별 하나가 빠지는 거다. 

   


3)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 수 클리볼드 / 홍한별 / 반비 / 6월13일



음. 결국 이 책의 초점은 '자살'.

일단, 의문이 든다. 에릭의 엄마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그리고 수사 당국이 딜런은 '자살을 하기 위해 살인을 했다' 고 결론내지 않았다면 이 사람이 이런 책을 쓸 수 있었을까?

소시오패스로 결론난 에릭의 엄마라면 이런 책을 써서 사람들 앞에 나서 '아무리 사악한 짓을 했지만, 그래도 나는 내 자식을 사랑한다'고 감히 말 할 수 있을까?

범행 계획 과정에서 약간은 수동적인 모양새를 보였고 우울증과 자기파괴적 성향이 에릭의 폭력성과 결합해 저지른 사건이라고 설명하는 부분에선 '아 이건 좀....'하는 생각.

물론 수 클리볼드는 최대한 객관성을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고, 책의 곳곳에서 '내 아들은 엄청나게 사악한 죄를 지었다', '아무리 사죄해도 모자라다'는 이야기를 한다. 살인-자살과 자살-살인이란 연결 고리도 끈질기게 설명한다. 어쨌든 후반부에서 자신의 자살예방활동 및 자살예방을 위한 지침을 알려주는 부분은 딜런이 '살인했다'보다는 '자살했다'는 사실에 촛점을 맞출 수 밖에 없다. 

컬럼바인 총격사고에서 일부 희생자 부모는 클리볼드 부부에게 '당신들은 죄가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한다. 

수 클리볼드 역시 자식을 잃었고, 자식을 잃어 슬프다고 내놓고 말할 자격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클리볼드 가족 전체를 용서할 수 없는 희생자와 가족들이 더 많을 것이다. 테드에 나와서 강연하고, 책을 출판해 '나도 슬프기는 하다'고 공개적으로 말하는 것을 그들이 납득할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문제는, 클리볼드가 책 속에서 되풀이하며 말하듯,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으니까'라는 말에도 동감한다. 

양가감정을 엄청나게 많이 던져주는 책. 

부모들이 읽으면 감정 이입이 좀 더 명확하겠지. 


+

최근 victim을 survivor로 바꿔 부르는 경향이 있는데, 그걸 직역해 자살자의 유족을 '자살 생존자'로 칭하는 것을 신문기사에서 본 적이 있다. 어처구니가 없었다. 강간 피해자를 생존자라고 부르는 것과는 경우가 다르다. 강간은 실제로 목숨과 인격에 위협을 가하는 범죄다. survive는 위험에서 살아 남았다는 말도 되지만 살아있는 상태로 남아있다는 뜻도 있다. 강간에서 살아남았다는 표현은 적확하지만, 유족을 생존자로 바꿔 부르는 것은 오역이자 본래의 의도를 오독한 것. 자살이 범죄인가? 자살자 유족은 범죄의 희생자인가?

물론 자살자의 가족에서 2차적인 자살이 발생할 가능성이 워낙 높으니, 부차적인 사고를 막기 위한 노력이라고 볼 수는 있지만, 이건 자살 당사자는 어쨌든 죽어 없어져서 어쩔수 없으니 남은 사람에게 집중하자....는 어감을 주는 것 같아서 영 찜찜하다. 자살 당사자는 어쩌라고? 죽었으니 닥치라고?



++ 

넷플릭스 13reasonswhy를 봤는데, 다 보고서 화가 치밀었다. 마지막 화에서는 완전히 노골적으로, '자살은 막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공익 광고처럼 들이민다. 그때 우리가 말 한마디만 다르게 했다면, 태도를 조금만 달리 했다면, if를 수없이 들이대면서. 이미 벌어진 일에 대해 if를 말해봤자 아무 소용없다. 씨발. 

아니, 일단 테이프 만들어서 원한 있는 사람들한테 돌려가며 '내가 죽는건 니들 때문이야!!!!'라고 하는 미친듯한 공격성도 전혀 공감이 안 가고, 작은 일이 쌓이다가 자존감이 추락하고 한도 끝도 없는 자책에 휩쓸리는 것을 머리로는 이해하는데 도저히 공감할 수가 없어. 여자 주인공의 감정선을 알 수가 없다. 아주 작은 일로도 인생이 미친듯이 힘들 수 있다. 특히 기분장애 환자들은 누가 말 한마디만 불친절하게 쏘아붙여도 그거 하나로 며칠동안 자학하고 괴로워 할 수 있는데, 그런 부분을 공감할 수 있게 제대로 보여주는 작품이라곤 생각 안 함.

상담실가서 모든 걸 끝내고 싶다고 하는데도 아무 감정이 안 들더라니까. 그런 점에선 망한 드라마임. 


5) 안나 카레니나 (1) / 레프 톨스토이 / 박형규 / 문학동네 / 6월22일




ㅇ ㅏ....................

짜증나.

러시아 대하소설은 이 것을 마지막으로 포기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완벽한 번역'이라고 감히 적어놓은 문동의 패기......

아니 번역하신 교수님은 연세가 몇 이신데 구십 년대 중반에도 안 쓰일 법한 표현들을 마구 사용하신 것인지.

세계문학전집 1번인데 좀 그렇다. 그나마 문동 번역이 가독성은 제일 좋다고 하던데, 글쎄................


1권에 1,2부, 2권에 3,4,5부, 3권에 7,8부가 실린 구성인데 1권을 다 읽어도 도저히......아아 도저히....매력을 모르겠어.

 

게다가 매주 읽고 모이는 독서모임에 가입을 해버린 바람에 일정에 부담만 주고 있다. 너무 바빠. 

러시아 장편은 다시는 시도하지 않으리. 

 

이거 하나 밀리니까 다 밀려서 이번 달엔 몇 권 읽지도 못 할 듯. 


6) 도쿄에서 파리까지 삼등여행기 / 하야시 후미코 / 안은미 / 정은문고 / 6월25일



아 좋다. 지난 달엔가 읽은 스가 아쓰코의 "베네치아의 종소리"는 이국에서의 '삶'이야기에 촛점을 맞췄다면 이 책은 좀 더 여행자 입장에서 쓰였다. 지금은 열몇 시간이면 도착하는 유럽이지만, 당시엔 한 달이 넘게 걸리던 여정, 여유 자금이 있다해도 하루하루 경비를 계산하며 쪼들리게 다녀야 했고, 그러려면 당연히 여행 자체도 길게, 한 곳에 오래 머물며 이동 경비를 아끼고,  '사는듯이 다니는'형태 였을텐데.

돈 얘기가 엄청나게 많은데 당시 물가를 가늠할 지표가 없는 것이 약간 아쉽기는 하다.


전 세계가 대공황에 시달리며 이차세계대전으로 치닫던 시절, 러시아는 스탈린 치하, 일본은 중국을 침범하며 동아시아에서 세를 부풀리고, 중국을 지나며 혹시나 적국의 국민이라 피해를 당할까 겁을 내는 모습이 생생했고, 팔 개월여의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엔 또 무솔리니 치아의 이탈리아에 기착하기도 한다. 


사실 이러한 환경이라 약간이라도 불편한 감상이 등장하면 어쩌지...하고 조바심 내며 읽어내려간 것도 사실이다. 다행히도 공산주의자로 경찰 조사를 받기도 했을 만큼, 꽤나 진보적 성향의 작가였던 듯. 러시아 평민들의 가난하고 고단한 삶을 엿보며 이상과는 너무나 다른 현실에 대해 '나쁘게 말하면 삼등 열차의 프롤레타리아는 모두 굶주림에 허덕이고 있습니다.'라고 일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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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chestre des Champs-Élysées et Philippe Herreweghe


Beethoven Symphony No.5 in C minor, op.67


Intermission


Beethoven  Symphony No.7 in A major, op.92


Encore 

Beethoven  Symphony No.4 in B flat major, op.60 - IV. Allegro ma non troppo

Beethoven  Symphony No.4 in B flat major, op.60 - III. Allegro molto e vivace


연합 최은규 객원기자 리뷰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oid=001&aid=0009344432&sid1=001


공연 이모저모

http://cafe.naver.com/gosnc/82918




시대연주로 듣는 베토벤은 또 처음이다. 음반으로야 들었지만, 현장감에 어디 비하겠는가. 게다가 애플에는 샹제리제 오케스트라의 베토벤 연주가 없.........ㅋㅋㅋ

예습으로 로얄 플레미쉬+헤베레헤 연주는 들었지만 글쎄 잘 모르겠더라.


하여간, 5번은 질서정연하고 박력 넘치게 잘 했고, 7번에는 할말이 좀 많았다. 

베토벤 후반기 교향곡은....그러니까 7,8,9번은 시대악기로 연주하기엔 한계가 많구나. 트위터에서 베토벤이 현대악기로 연주하는 후기 교향곡을 들으면 벌떡 일어날거라고 멘션 주고받으며 낄낄거렸는데.


4악장은 솔직히 튜닝도 좀 틀어진 것 같았고 앙상블이 많이 깨지고, 튜티 때 목관이 힘에 부쳐서 빽빽 힘을 줘가며 불다보니 튀는 소리가 많이 났다. 너무 힘을 줘서 소릿결이 예쁘지가 않았음. 솔로 연주때 클라리넷 소리는 정말 예술이더만.....

금관이야 원래 실황에서 실수없이 연주하기 힘든 건 익히 알고 갔으니 거슬리진 않았다. 


어쨌든, 이것도 현장에서 봤으니 말할 수 있는 것이지. 그런 면에서 충분히 가치있는 관람이었다.

또한 시대악기, 베토벤 생존 당시, 초연 당시의 상태로 재현한 악기로 연주하다보니 물리적인 한계를 보이는 것이지, 헤레베헤와 샹제리제의 음악성이나 해석이 별로라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재현악기로 충분히 실력발휘를 했다. 물리적 한계는 필수적으로 안고 가야하는 것이고, 연주는 충분히 감동적이고 좋았다.

시대악기라고 해서 맨날 바흐나 모차르트만 할 수는 없는 법.....


시대악기 특유의 다운튜닝 된 키로 7번 2악장을 듣는데, 암울하고 비장한 아름다움이 사무치게 아름다웠다. 소름이 좍좍 돋았음.


물론 베토벤 초기 교향곡을 연주했으면 악기 사정에 더 맞고, 더 예쁜 소리가 났을 것이다. 그것을 앵콜에서 4번 4악장과 3악장을 연주하며 대놓고 보여줌....ㅜㅠ 6번까진 괜찮았을텐데...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7번 2악장에서 보여준 암흑의 다크 포스는 잊지 못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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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콜로는 쇼팽 녹턴 20번





아 사진만 올려두고 귀찮아서 후기를 안 썼네.

포스터가 너무나 맘에 들어서 한 장 조심조심 뜯어왔다. 


다 필요없고 D.960 때문에 예매했다. 


잘은 모르겠지만 내한을 몇 번 온 것은 알고 있었고, 쇼팽콩쿨 우승자이긴 해도 주류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커리어를 쌓은 케이스는 아닌 것 같....... 메이저 레이블과의 음반도 없고, 유투브를 찾아봐도 처참한 수준. 

주로 일본이나 북미에서 활동하는 것 같다. 


어쨌든, 1부는 그냥 그런가 보다...하면서 별 생각 없이 들었고. 

2부는 1악장이 너무 좋아서 소름 좍좍 돋고 감동적. 2악장은 너무 무게를 줬는지 템포가 지나치게 느렸다. 좀 지루할 정도.... 그럼에도 3,4악장은 다 좋았고. 전체 구조를 좀 놓친 것이 아쉽다는 후기도 있었지만, 나는 1,4악장에 매우 만족해서 중간에 좀 쳐진 건 상쇄했다고 생각.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나 역시 리히테르의 72년 프라하 연주를 듣고 D.960에 입문한 이후, 다른 사람 연주로는 도저히 만족할 수 없는, 리히테르 뽕빨에 빠져 허우적대는 부류의 인간이라, 과연 뭘 듣건 만족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당 타이손의 연주는 처음으로 본 실연이라곤 해도 충분히 좋았다. (2악장만 빼면)


솔직히 앵콜을 안 하고 여운만 남기고 가셨으면 했는데, 결국 나오셨다.

그런데......공연 전체의 하이라이트가 앵콜로 연주한 녹턴 20번이었어 ㅜㅜㅠㅜㅠㅜㅠ

안개 속을 걷는 듯 한 미스틱한 연주. 이 사람은 뼛 속에 모차르트나 베토벤보다 쇼팽이 먼저 녹아들었다는 소리가 괜한 말이 아니었다. 오히려 D.960의 감상을 방해해버릴 정도 ㅜㅠ 

1부를 다 잊게 할 정도로 엄청난 연주. 


인터뷰와 함께 읽으면 더 좋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oid=023&aid=0003287832&sid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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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yann

영화, 2017년

2017 / 2017.06.19 00:43


나는 치매에 걸릴 확률이 일반인 보다 좀 높은 부류의 사람인데, 그래선지 어째선지, 기록에 대한 아주 약간의 강박이 생기려고 한다.

그렇다고 일기를 쓰지도 않지만. 

아, 트위터에 엄청나게 적어대는구나. 그 날의 이동 과정이나, 순간순간의 감정 같은 것들.


이번엔 영화다.  

내가 고르는 영화는 대체로 개봉 1~2주 안에 종영되거나, 아주 구석진 영화관에서 아주 구석진 시간대에 그것도 아주 뜨문뜨문 상영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지방으로 이사오고 나선 영화구경이 분기별로 한두 번 있을까 말까 한 귀한 일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책 포스트를 업데이트 하는 것 처럼, 영화도 그렇게 해 볼까 한다. 끝까지 할 수 있을지는 솔직히 자신 없지만. 





1) 컨택트 / Arrival - 3월 10일, CGV 목동



몇 주전에 남편과 같이 고생스럽게 시간을 맞춰 보고 온 영화가 있는데 무슨 영화인지 도저히 생각이 나질 않다가 그 영화를 통신사 멤버쉽으로 예매해 봤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통신사 홈페이지에 들어가 예매내역을 확인 한 후에야, 그 날 본 영화에 대한 기억을 찾을 수 있었다.


테드 치앙이 쓴 소설이 원작이라고 하는데, 나는 그 양반이 뭔가 과학과 관련된 글을 쓰는 사람이라는 정도만 (이 것도 정확한지 자신없음) 알고 있었다. 워낙 핫하고 잘 나가는 작가인데....책을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 총평이라면 총평.

영화는 좋았으나, 나는 과학과는 담을 쌓고 사는 사람이라서 뭔가 계산이나 직선이나 어쩌고 저쩌고 나오기 시작하면 몰입도가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 그래서 언어를 배워나가는 과정이 살짝 지루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마지막 부분의 감성. 와. 눈물이 줄줄 흐르데. 

너무 복잡하고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이 와락 몰려들면서도 내가 왜 눈물을 흘리고 있는지 조금 이해가 되지 않았다.

복잡한 머릿속에서 가장 위로 톡 튀어 오른 말, "저주잖아, 저건!"


2) 문라이트 MOONLIGHT  - 3월30일, 서울극장


 


House of Cards에서 참 인상깊게 봤던 배우인데 도통 이름을 외우지 못 했던 바로 그 마허샬라 알리(Mahershala Ali)가 오스카 남우조연상을 받았다고 하길래, 안 그래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참에 이건 꼭 놓치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했다.

근데 미루고 미루다가 정말 종영 직전까지 못 봐버렸다. 정말 작정하고 보려고하니 영화 시간표는 정말 개판이고 (조조 아니면 퇴근시간대에만 있어서 서울왕복이 불가능)....

아...이러다 정말 놓치겠구나, 싶은 지경까지 이르러서 삼일 연속으로 서울에 가서 이 영화를 보는 날은 극장에서 두 탕을 뛸까도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영화는 반드시 극장에 가서 봐야한다. 즉 서울에 가야한다.)

사연이 조금 복잡한데, 하여간 우여곡절 끝에 남편이랑 저녁 타임에 같이 보려던 공각기동대는 취소하고(남편의 취존을 위해 같이 보려고 했는데 관람평이 영 엉망이라 안 본다고 함 ㅋㅋㅋㅋ 남편은 공각기동대 덕후라 망작이라고 꼭 보겠다며....), 서울극장 오후 4시 상영건을 예매하고, 남편은 왕십리 아이맥스 4시 50분 건을 예매해서 편하게 남편 차 얻어타고 서울가서 보고 오는데 성공. 


일단은 책에서만 보던 흑인말투를 실제로 들을 수 있어서 되게 신기했다. "Who is you?"라던가 "I ain't do nothing." 내가 흑인 문화에 정말 익숙하지 않구나 싶기도 하고, 아니, 흑인들만 나오는 영화를 잘 안 보기도 했고, 더 나아가서 국내에 별로 소개되지도 않은 것 같고....


사실 뚜렷한 줄거리는 없다. 그냥 인생과 일상에 대한 이야기다. 빗대자면 브로크백 마운틴의 흑인버전이라고 봐도 될까?하는 생각이 엔딩 크레딧이 올라오자마자 들었고. 마허샬라 알리는 여전히 너무나 멋지고.  

가슴에 울림을 주는 것 만큼은 틀림없는 영화. 극장에서 놓쳤다면 참 많이 후회했을 영화라고, 이 정도까지만 적어두자. 

이 영화는 말을 아껴야 할 것 같은, 그런 느낌이다.  


(사실은 남편이랑 같이 볼 까 하는 생각도 했는데....그러지 않길 정말 잘 했다는 생각을 한다.....ㅎㅎ)


3) Amy - 4월 5일, 집에서



The girl behind the name. 

재작년엔가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처음 선보였는데, 시간이 안 맞아서 못 보고 왔던 다큐멘터리 영화다.

너무 무료하고 우울해서 시간 떼우려고 봤는데 그냥 괜히 봤나도 싶고.


결손가정에서 방임 속에 자라며 자존감은 바닥이지만 빛나는 재능을 타고났고, 재능을 막 꽃 피웠지만 성공을 감당할 수 없는 연약하고 예민한 사람이며, 우울증과 알오콜/약물 중독에 시달리고, 결정적으로 남자 잘못 만나 신세 망치고 스물일곱에 죽어버린 여자의 이야기.


왜 또 스물일곱인가.


그가 죽고나서 호기심에 앨범을 주욱 듣다가 내가 주로 듣는 음악도 아니고, 소울풀하고 힘있는 목소리가 참 매력적이긴 했구나. 재능있던 사람이었구나....하고 말았던 기억이 난다.

그나저나 에이미 아빠, 밋치 와인하우스, 개새끼.




 

13 REASONS WHY

House of Cards Season 5



6/11

Golden Age

Elizabe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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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yann


앨범 사진이나 저 사진이나 엄격하고 고집스럽게 생겼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커튼콜 때 활짝 웃는 실물을 보니 프랑스 사람 답게 낙천적이고 재미있는 사람일 것 같단 인상을 받았다. 


연주도 역시 프랑스 사람답게. 사실 나는 좋아하는 곡만 죽어라 파는 사람이라 베토벤 소나타를 전부다 속속들이 안 들어봤는데, 이 날 연주한 OP.10/1~3 시리즈 (소나타 5,6,7)는 그닥 안 좋아하는 곡들이라 (가볍고 즐겁잖....) 1부에서 연주한 5,7번은 심드렁하게 들었다. (7번 느린 악장은 그래도 좋았어) 연주 자체를 쉽게 밀고 나가는 느낌이라...왜 프랑스 연주자들 특유의 낭랑하고 EASYGOING하는 느낌(이라고 함부로 말해도 되나-_-?)


특히 금호 아트홀은 처음 가 봤는데, 예당보다 소리가 건조하게 퍼지는 느낌이었고, 피아노 소리도 까랑까랑하게 나서 좀 거슬렸는데, 나중에 트위터에서 보니 피아노 상태가 안 좋은 거였다고....;


어쨌든 이 양반이 1주일 간격으로 아름다운 목요일 시리즈에서 베토벤을 연주하는데, 그 전 주 5월25일에 1,2,3번하고 8번 연주를 많이들 호평하는 걸 보고 그 다음 주에도 연주가 있대서 부랴부랴 예매하고 보러온 것이었음. 차라리 그 때 왔었어야 했나.....하고 후회하며 인터미션을 보냈다. 


2부는 훨씬 좋았다. 6번은 구조적으로 뭐가 좀 더 잘 들어왔고. 이 날의 연주는 아무래도 열정이 하이라이트였는데 1,2악장 꼼꼼하게 밀고 나가다가 3악장은 엄청난 템포로 좌라라라라라락 내달리다가 팡팡팡팡 불꽃놀이하듯 터트려버림.


2부 종료 후 물개박수....짝짝짝짝짝.....


앵콜로는 의자에 앉아서 "영어로 말해서 미안하지만, 앞으로 베토벤 사이클을 몇 년간 이어나갈 예정인데, 내년에도 여러분이 제 공연을 보러 오셨으면 하는 마음에서 조금만 맛보기를 보여드리겠습니다." 라더니 월광 1악장을 연주함.

근데 중간에 틀려서 "S'il vous plait"라며 피식 웃더니 끝나고선 머리 양 옆으로 손가락을 뱅뱅 돌리며 웃음 ㅋㅋㅋㅋ



유쾌한 사람의 유쾌한 연주였고 함머클라비어 할 땐 보지 맙시다;;;; ㅋㅋㅋㅋㅋ 그 곡은 좀 아닐 것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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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yann

책, 2017년 5월

2017 / 2017.05.28 17:45

4월까지 총 13권 

http://yann.tistory.com/1023


5월


1) The postman always rings twice - James M. Cain / Vintage / 5월2일



읽기 시작한지는 오래 되었는데 끝에 아주 조금 남겨두고 질질 끌었다. 

슬랭이나 관용어구 공부하기에 괜찮을 것도 같다. 남부나 빈민층은 3인칭을 잘 쓰지 않나 보다....라는 생각도 들고. (이건 좀 조사를 해봐야 겠음) 

남자 - 새 출발을 다짐하자마자 인생이 망하누나. 그래도 사랑 한 번 찐하게 했다. 

여자 - 똑똑하지 않은데 똑똑한 것 같기도 하고, 망하려면 다 같이 망하자. 

하드보일드가 내 취향은 아니지만, 이 시대 범죄 소설치고 수작이다. 명작까진 잘 모르겠고. 



2) 한낮의 우울 - 앤드류 솔로몬 / 민승남 / 민음사 / 5월3일



드디어 다 읽었다!!!!!


아 오래도 걸렸다. 책 한 권을 일주일 걸려 읽기는 처음. 뭐 700페이지가 넘으니까. 

이 정도 분량에 이 정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책은 보통 사서 보게 마련인데, 이상하게 집에 들여놓기가 싫어서 도서관에서 대출했다 안 읽고 반납하길 다섯 번 쯤 했다가 여섯 번째에 결국 완독했다. 


작가가 집필하는데 5년이나 걸렸고, 중간에 우울삽화를 겪느라 지연도 있었다고 한다. 

7장까지는 순조로웠는데 (의학 용어랑 약품 이름 잔뜩 나올 때 좀 시간이 걸렸지만) 8장 역사부터는 그리스 철학자들의 이론에서 부터 현대 의학에서의 우울증과 정신질환의 정의까지 방대하게 다뤄서 시간깨나 잡아먹었다. 


슬픔과 우울 / 정신의 몰락 / 치료 / 또다른 접근 / 환자들 / 중독 / 자살 / 역사 / 가난 / 정치 / 진화 / 희망

총 12개 챕터, 엄청난 분량의 각주, 엄청난 분량의 참고문헌. 

우울증을 이 정도로 철저하게, 방대하게, 아름답게, 진솔하게 집대성 한 책은 이 책 하나 뿐인 것으로 알고 있고, 심지어 여타 다른 정신질환에 대한 책은 나오지도 않았....다. 

감동적인 순간도 있었지만 글쎄, 작가 스스로 마지막 챕터 '희망'에서 이 책에 인용된 사례들은 '비범한 인물들의 성공담'이라고 밝혔으나 이야기가 너무 비범해서 별로 공감이 가질 않는다.....;

'자살' 챕터에 나온 작가 가족의 이야기는.....미국에서 그런 행위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단 말인가;;;; 물론 다 검토를 거쳐 내린 결정이었겠지만 우리나라는 자살 방조죄에 해당할 이야기가 나와서 좀 놀랐다. 근데 충격적이거나 자극적이라는 생각은 또 들지 않았다. 


충분히 집중해서 읽었으면 좋으련만, 마지막 세 챕터는 좀 대충 넘긴 감이 없지 않아 약간 찜찜하네. 


소중한 책이다. 힘들고 괴로워도 읽어볼 가치가 충분하다. 그러나 초판 출간 이후 16년이 지났다. 개정 증보판을 원한다. ㅋㅋㅋㅋㅋㅋㅋ


3) Maddie on Things: A Super Serious Project about Dogs and Physics / Theron Humphrey / 5월3일




인스타그램 스타이자 유명 사진 작가인 Theron Humphrey의 사진집. 보호소에서 만난 Maddie라는 쿤하운드 종 멍멍이와 함께 미국 전역을 차로 떠돌며 자연과 사람을 (제품,광고사진도...) 촬영하는 사람이다. 반려견과 길 위에서도 늘 함께할 수 있다니 고양이 키우는 사람으로서 매우 부러울 따름ㅜㅠ 

뿐만 아니라 반려동물을 보호소에서 입양(구조)하자는 운동도 벌이고 있다. 홈페이지에 Why we rescue라는 테마를 올려둠. 

이 책은 제목 그대로 매디를 '어딘가에' 올려놓고 찍은 사진을 모은 것인데....가끔 '이건 너무 한 것 아닌가' 싶은 사진도 있지만 매디 성격도 어지간히 순한가보다 싶고 ㅋㅋㅋㅋ 둘이 참 많이 사랑하는 건 내가 잘 알겠다.....

텍스트가 많은 책은 아니지만 <매디의 균형 감각>이라는 제목으로 한글 번역본도 출간되어 있다. 

9월에 매디의 사진을 모아둔 Maddie Lounging on Things라는 새 책이 나오는 모양이다. 역시 on things다 ㅋㅋㅋㅋㅋ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thiswildidea/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ThisWildIdea/

테론 험프리 홈페이지 http://thiswildidea.com/

매디 사진 http://prints.maddieonthings.com/


4) 세월 - 마이클 커닝햄 / 정영진 / 비채 / 5월4일



실은 원서로 읽다가 번역본을 좀 비교해보려고 대출해갖고 왔는데, 페이지 연 김에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버렸다. 

역시 만만한 책이 아니다. 주요 문학상을 수상했고, 버지니아 울프를 소재로 삼은 대다가, 울프의 '의식의 흐름'기법도 사용한다. 우스개 소리로 <댈러웨이 부인>의 '팬픽'이라고 해도 될 만큼, 댈러웨이 부인의 디테일과 버지니아 울프의 삶을 세세하게 대조시킨 책이다.

번역이 작품의 섬세함을 따라잡지 못 해서 좀 아쉽기도 하다. 대화체가 지나치게 딱딱하고, 원문이 너무 복잡하니 번역문도 가독성이 떨어진다. 책이 절판되어서 중고가로 사려면 배송비까지 거의 두 배를 줘야 하는데, 굳이 소장하려고 애 쓸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원서나 빨리 읽어야지. 


5) 고도를 기다리며 - 사무엘 베케트 / 오증자 / 민음사 / 5월4일



요즘 날밤 새가며 미친듯이 읽고 책장을 덮자마자 기록하고 있다. 으하하하. 뭐하는 짓이지.

내일 연극으로 보러가는 김에 다시 읽었다. 길지도 않고, 희곡은 확실히 빨리 읽힌다. 역시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버렸다. 

연극은 인터미션 10분까지 포함해 상연 시간이 거의 세 시간이던데, 듣기로는 생각보다 꽤나 코믹하다고.

베케트는 이 작품을 불어로 먼저 쓰고, 영어로 다시 썼는데, 민음사 판은 불어 원고를 번역한 것이며, 국내 연극 상연시 이 버전이 주로 사용된다고 한다. 


그런데 글로만 읽는 <고도를 기다리며>는 너무나 절망적이고 공허하다. 블라디미르, 혹은 디디의 마지막 독백을 읽는데 울컥했다.


151쪽 

남들이 괴로워하는 동안에 나는 자고 있었을까? 지금도 나는 자고 있는 걸까? 내일 잠에서 깨어나면 오늘 일을 어떻게 말하게 될지? 내 친구 에스트라공과 함께 이 자리에서 밤이 올 때까지 고도를 기다렸다고 말하게 될까? 포조가 그의 짐꾼을 데리고 지나가다가 우리에게 얘기를 했다고 말하게 될까? 아마 그렇겠지. 하지만 이 모든 게 어느 정도나 사실일까? (에스트라공은 구두를 벗으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벗겨지지 않는다. 그는 다시 잠들어버린다. 블라디미르가 그를 바라본다) 저 친구는 아무것도 모르겠지. 다시 얻어맞은 얘기나 할 테고 내게서 당근이나 얻어먹겠지.....(사이)

여자들은 무덤 위에 걸터앉아 무서운 산고를 겪고 구덩이 밑에서는 일꾼이 꿈속에서처럼 곡괭이질을 하고. 사람들은 서서히 늙어가고 하늘은 우리의 외침으로 가득하구나. (귀를 기울인다) 하지만 습관은 우리의 귀를 틀어막지. (에스트라공을 바라본다) 나 역시 다른 사람들이 바라보고 있겠지. 그리고 말하겠지. 저 친구는 잠들어 있다. 아무것도 모른다. 자게 내버려두자고. (사이) 이 이상은 버틸 수가 없구나. (사이) 내가 무슨 말을 지껄였지?


블라디미르는 에스트라공을 떠안고 돌봐주고,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눠보려 애 쓰고, 이야기를 건네오는 사람을 절대 저버리지 않으며 또한 고도를 기다린다는 사명을 절대 잊지 않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이 '부질없이' 혹은 '끝도 없이' 되풀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유일한 사람이다.

그가 결국은 허무, 부질없음을 깨닫고 고도가 내일 오지 않으면 죽어버리자는 말을 한다. (목이나 메달자는 말을 하던 사람은 늘 에스트라공이었는데도)


글로만 읽은 이 작품은 너무나 허무하다. 이 밝은 아침에 가슴에 구멍이 나는 기분. 


+ 연극 보고 왔다. http://yann.tistory.com/1044


6) 소년이 온다 / 한강 / 창비 / 5월6일



오랜만에 서울로 외출하는 김에 들고 나갈 책을 고르는데 별 생각없이 책장 가운데에 있던 한강의 책 두 권이 눈에 들어왔다. 가볍고 작은 걸로, 흰을 집었다가 크기에 비해 더 무겁길래 이걸 집어들었다.


1장을 읽고 일단 책을 덮었다.

그래야만 했다. 


하루가 지나고 다시 읽기 시작했는데, AT필드를 겹겹이 두르고 몰입하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음을 깨달았다.

한 장소에 있다가 뿔뿔히 흩어진 등장인물들의 사연이 하나씩 나오는데, 이름이 헷갈려도 애써 찾지 않았다. 

애써 거리를 두고, 마음을 담지 않고 읽었다.

그래야만 했다.



(침대에 기대앉아 Classica 채널을 틀어놓고 읽었다. 아바도와 베를린필이 브람스 서거 100주년 기념으로 무직페라인에서 연주한 브람스 독일 레퀴엠 영상을....)


7) 흰 / 한강 / 난다(문동 임프린트) / 5월7일




소년이 온다를 읽자마자 바로 옆에 꽂혀있던 걸 집어들고 왔다.

음.....

이 작가가 '죽음과 그를 둘러싼 감정'에 집중하는 작가라는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이 소설(소설이라고 받아들이기는 힘들지만, 작가가 소설이라고 세상에 내놓았으니 인정할 수 밖에)에서 그런 감정이 더욱 진하게 느껴진다.


그런데 너무 성기다. 토막글 같은 짧은 길이의 글들이 수십개의 챕터로 이어져 있는데, 그 연결이 유기적이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

짧은 책인데도 페이지가 잘 넘어가지 않는 것은 토막글 사이에 생각할 것이 많은 것보다는 유려하지 못 한 연결 탓이라고 본다.


까자면 한없이 깔 수 있다.....

차라리 중간에 삽입된 사진을 걷어내고, 연결을 방해하는 글을 덜어내고, 조금만 더 내러티브를 살려줬다면 훨씬 나았을텐데.

정말 심하게 말하면 싸구려 사진 에세이 같은 느낌까지 들 정도. 

지극히 ㅁㄷ스러운 책. 

 

8) Diary of a.... #7 / Jeff Kinney / Puffin books / 5월 14일 



쉽고 관용어구가 많고 구어체 익히기에 좋다길래 부담없이 읽으려고 마침 할인 중이던 전집을 사버렸는데 돈 아깝....다;

내가 뉴베리 시리즈를 기피하는 이유를 잠시 망각했다. 애들 얘기다. 게다가 제목 그대로 찌질한 애 얘기다....;

머리는 겁나 굴리는데 되는 일이 없는 겁쟁이 중딩 얘기인데, 중딩이 이렇게 유치한가? 하고 자꾸 되묻게 되는 스토리.

아.....취향 아님. 차라리 내가 애라도 키우고 있음 재밌게 읽을텐데, 나는 애도 없고 애들도 싫어하잖아. 

여태 읽다가 중간중간 대충 스킵해버리고 끝내서 목록에 안 올리고 있었는데, 7권은 그래도 꾸역꾸역 읽기는 했다.

앞서 궁시렁댄건 취향에 안 맞아서 읽기 괴롭단 얘기였는데, 그걸 떠나서 글의 짜임새가 부족하고 후반부가 굉장히 산만하다. 한마디로 못 쓴 책이란 얘기. 6권은 정교하고 조화롭게 앞 뒤 잘 짰던데, 역시 시리즈는 뒤로 갈수록 완성도가 떨어지게 마련인가보다.



9) 이민자들 / W.G. 제발트 / 이재영 / 창비 / 5월15일




네 개의 이야기, 네 이민자의 이야기. 그리고 하얀 천으로 만든 나비채를 든 사나이. 


헨리 쎌윈 박사: 기억은 최후의 것마저 파괴하지 않는가

파울 베라이터: 어떤 눈으로도 헤칠 수 없는 안개무리가 있다

암브로스 아델바르트: 내 밀밭은 눈물의 수확이었을 뿐

막스 페르버: 날이 어둑해지면 그들이 와서 삶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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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0) 헬무트 1~4, 왕비님 이야기, 왕과 처녀, 청년 데트의 모험 1~5 / 권교정 / ~5월19일


만화책은 세기 애매해서....

중고로 책 파는 업자한테(대여점 정리업자인 듯) 권교정 작품 5종 14권 주문을 했는데 3주 지나도록 반 밖에 안 왔다.

젠장.

어쨌든 정말 구하고 싶던 헬무트를 구해서 다행이다만, 대여점 책 답게 일러스트 예쁜 페이지들이 잘려나간 것이 눈에 띔 ㅜㅠ

다시 보는 헬무트는....그래 데뷔작이라...작화도 좀 거시기 하군....어쨌든 이 세계관을 못 다 펼치고 그냥 접어야 했다니 안타깝다 ㅜㅠ

그리고 청년 데트의 모험도 ㅜㅠㅜㅠㅜㅠㅜㅠ


21) The Hours / Michael Cunningham / Picador USA / 5월 22일


BEAUTIFULLY, EXQUISITELY WRITTEN!!!!!!!!!!!!!!!!!!!!!!!!!!!!!!! 

성공한 팬픽!!!!!!!!으아!!!!!!!!올해의 책!!!!!! 믿고 읽는 퓰리처 수상작!!!!!! 



이렇게 잘 쓴 책인데 번역서는 좀 너무했다-_- 능력만 되면 내가 재번역하고 싶.......



22) 정신병을 만드는 사람들 / 앨런 프랜시스 / 김명남 / 사이언스 북스 / 5월23일



DSM, 정신장애진단통계편람에 대한 통렬한 반성과 비판, 그리고 미국 제약 업계를 격하게 까는 책 ㅋㅋㅋㅋ

 

저자 앨런 프랜시스는DSM-IV의 집필을 주도한 정신의학 전문의다. 


정신 질환이나 장애는 육체 질환이나 장애와는 너무나 달라서 개개인의 병증이 저마다 다르고, 과학적 근거에 입각한 진단을 내리는 방법을 논의하기 시작한 것이 20세기에나 들어서야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다른 질병보다 "진단"이 문제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미국에서 DSM-III이 개정되며 "드디어 제대로 된 <진단>이 가능해졌다"며 정신의학계를 열광에 빠뜨리고, 진단의 주도권을 신경학과에서 정신의학과로 가져왔다나....하지만 여기에 제약업계의 탐욕스런 손길이 뻗치며 DSM의 파워는 제작자들의 예측을 훨씬 뛰어넘어 엄청나게 커져버렸다고....게다가 프랜시스 다음 세대의 정신의학의들이 개정한 DSM-5는 지나치게 진단의 '문턱값'을 낮춰서 진단 남발과 약물 남용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비판한다. 


정신의학은 본격적으로 과학 취급 받기 시작한지 한 70년 되었나...? 게다가 사람의 정신이란 뜬구름을 잡아내야 하는 것이니 아직도 <진단> 그 자체가 너무나 힘든 것......


재밌게 읽었다. 근데 미국 의학계에 대한 기본적인 배경지식이 없으면 살짝 따라잡기 뭐함. 

"1차 진료의"라는 단어가 수백번 나오는데 우리나라 1차 의료기관 개념으로 생각하면서 읽다가 아차! 싶어 다시 한 번 정리해 봄.

우리나라는 전문의가 개업해서 1차 의료기관으로 소규모 의원부터 좀 더 큰 의원까지 경영하는 경우가 많은데, 미국은 전문의가 꼭 진료하진 않는다. 그 동네는 주치의 개념이 크고, 아니면 대형비영리병원 응급실에가서 진료 받는 경우도 많다고.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가정의학과나 내과전문의가 향정신성 약물을 처방하는 경우도 있다만....얼마전 졸ㅍ뎀 논란으로 모 내과의사가 시끄럽게 하던 것 처럼, 잘 모르고 처방한다-_-


아래 링크는 서평 및 로버트 스피처 부고 기사. 

예전에 DSM-III개정을 주도했던 로버트 스피처 부고기사를 읽으면서 앨런 프랜시스의 이름이 언급된 걸 본 기억이 있어서 기사 가져옴....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16854


더보기-(1)



http://www.hankookilbo.com/v/f30049f77edf4432960ad70f054b72c2


더보기 - (2)


23) 오이디푸스 왕 외 / 소포클레스 / 김기영 / 을유 / 5월25일



이 책에는 테바이 삼부작이라고 불리는 <오이디푸스 왕>(BC 430~428?), <안티고네>(BC 442),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BC 401) 세 편이 실려있는데, 집필 순서에 따라 안티고네, 오이디푸스 왕, 콜로노스~ 순으로 수록되어있다. 


그리스 희곡은 서양문학 읽기의 끝판왕 쯤 되는 것 같다는 생각. 아, 희곡이라서 호흡은 짧지만 백그라운드가 너무나 방대해서 많지도 않은 각주를 읽는 것만도 괜히 압도된다. 그리고 한글의 맛으로 읽는 것이 중요하지 않고 원전을 거의 그대로 살려야 하는 텍스트여서 평소 읽던 소설과는 다른 차원의 읽기 경험이었다. 최근에 <고도를 기다리며>도 읽었는데, 같은 희곡이라도 고전 비극은 또 다른 느낌일 수가 없지 않는가? 한국에서 간석기를 사용하고 있을 무렵에 그리스에선 저런 글을 써서 연극으로 상연하고 있었다니......

역사를 수평적으로 보는 눈을 키워야할 필요도 느끼고, 아니 역사 자체를 더 많이 알아야 한다 ㅜㅠ 

리스 로마신화를 정리한 책을 좀 찾아봐야지. 그 다음에 성서. 



독서모임 대장님이 이 작품 관련된 강대진 교수의 강연을 올려주셨는데, 네입어에서 공익사업을 많이 하는 건 알았지만 "열린 연단" 이건 좀 대박...!! 엄지 척이다. 


http://openlectures.naver.com/contents?contentsId=79130&rid=2888&lectureType=classic


강연 하이라이트 (약 16분)



24) 반려동물을 잃은 반려인을 위한 안내서 / 켄 돌란-델베치오, 낸시 색스턴-로페즈 / 이지애 / 아시아 / 5월26일



서평 이벤트에 당첨되어 받은 책인데, 배송 받고서 책이 의외로 아주 작아 약간 놀랐다. 시집 같은 사이즈에 딱 200페이지 분량. 그런데 서문에 "우리 책은 분량이 짧고(슬픔에 빠진 분들은 집중하기가 어려울 수 있으니), 읽기 쉽고, 개인적이며 실질적인 조언들이 많았으면 좋겠어요."라는 내용이 있더군.

친절하고 사려깊은 책이다. 

애들이 늙어가고, 다가올 이별에 공포와 부정으로 저항하고 있....는데, 미리 대비하고 매뉴얼을 만들어두라는 조언에 일부러 이런 책을 찾아보았다. 사실 다 아는 내용이지만, 알고 있는 것을 논리 정연한 글로 마주하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일이다. 




25) Diary of a wimpy kid #8 - Hard Luck / Jeff Kinney / Puffin books / 5월 27일


영어책도 쉽게 쉽게 후다닥 읽고 치우는 느낌을 누려보겠다고 세일할 때 덥썩 시리즈를 샀다가 개 후회 중. 

애들 얘기 유치해서 못 읽겠다. 게다가 wimpy kid란 제목 그대로 겁쟁이 쫄보 왕따 아이가 자기보다 순한 애를 깔보고 이용하면서 잔머리 굴리는 내용이라.

애들 키우는 부모들은 시트콤 처럼 웃으며 읽을 수 있겠지만 왕따경험있는 사람들한텐 웃으면서 넘길일이 아닐텐데. 

짜증은 나지만 카페 등업을 위해 꾸역꾸역 읽어 치우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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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yann




 --> 사진에 3번째 앵콜 Albeniz는 Op.47-1번이 아니고 Op. 47-5 Austria

두번째 앵콜 끝나고 커튼콜 때 어떤 여자분이 엄청 큰 소리로 땡큐!!!!!하고 외치셔서 객석이 웃음바다가 됨 ㅎㅎㅎ



우연히 구독하게 된 블로거 분이 이 양반의 열렬한 팬 이신데, 덕분에 궁금증이 생겨서 내한공연에 갔다.


음.


프로그램은 허구헌날 바뀔거니 예습하기 애매하다는 썰을 들었는데 역시...그러했다.


개성이 대단하시네.


기본적으로 타건이 엄청나서, 어지간한 여자 연주자 두 배의 소리를 내는 듯. 바르톡 연주할 땐 피아노 부수는 줄 알았다 ㅋㅋㅋㅋ

그런데 정확도가 좀 떨어지는 부분이 있어서 좀 아쉬웠다. 기본적으로 호불호가 엄청나게 갈릴 듯.


맹렬한 속도와 엄청난 박력으로 휘리리릭 연주한 베토벤 13번은....이게 원래도 곡이 좀 그렇기는 한데 그냥 시작하자마자 끝나버리고,

쇼팽은....잌ㅋㅋㅋ뭨ㅋㅋㅋㅋㅋㅋ얔ㅋㅋㅋㅋ이사람 뭐냨ㅋㅋㅋㅋㅋㅋㅋ 쇼팽을 왜 이렇게 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러시아 정통파가 약간 이런가? 바로크부터 모던까지 다 해치우는데 자기 개성으로 싹쓸어버리는?

베토벤은 좀 별로였고, 쇼팽은 괜찮았고, 오늘 공연의 백미는 바르톡 소나타. 와 진짜 피아노 부수는 줄 알았네. 

바르톡이 구현하고자 한 타악기 효과를 원없이 보여줬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왘ㅋㅋㅋㅋㅋㅋㅋ



2부는 스카를라티 K20,K43,K96 ...역시 강렬했고 ㅋㅋㅋ 도대체 바로크 곡을 이렇게 치면 어쩌라고 ㅋㅋㅋㅋㅋ 아 정말 이 사람은 피아니시모가 피아니시모가 아니야 ㅋㅋㅋㅋ

뭐랄까, 섬세한 면이 아주 없는 건 아닌데 레인지가 넓다는 생각은 별로 안 들더라는....


스트라빈스키 소나타는 예습도 안해서 패스.

페트루슈카.......3악장은 좀 망했어요. 체력 떨어진 듯.

그래놓고 앵콜은 허벌 많이했어. 미스 터치 많아서 쫌 그랬어.


어쨌든, 이런 양반 연주는 실황으로 봐야 제 맛. 실황의 묘미를 제대로 보여줌 ㅋㅋㅋㅋㅋㅋ



아래 유툽 영상이 어제 공연 셋리스트와 거의 겹칩. 리게티랑 차이콥스키만 빼고 거의 다. (앵콜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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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yann

S.L.

2017 / 2017.05.12 02:55

유럽 여행 중에 빈에 있다가 그라츠로 1박 2일 놀러나갔다.

그라츠 중심가 숙소에서 만난 옆 방 성악가 언니.

첫 마디가, 안녕하세요, 한국 분이 오신다고 들었어요 ^^ 유럽 어디 사세요?

(에어비앤비라곤 해도, 남자 호스트 집에 혼자 숙박하러 오는 한국 여자는 처음 봤다고, 당연히 외국에 사는 여자거니...했댄다.)

반갑게 인사하며 이 동네 어디가 구경하기 좋고, 어떤게 있다며 이것 저것 알려주고 나는 동네를 구경하러 나섰다.

친절한 사람이네....하면서도 경계를 풀진 않았었다.

그래놓고 그 밤, 늦도록 와인잔을 기울이며 이런 저런 girl talks를 진하게 나누고 헤어졌다.

그 다음 해 여름에 서울에서 다시 만났고, 지금도 페이스북에서 사는 모습 지켜보며 지내고 있고.


어느 날엔가 이 곡을 페이스 북에 올렸더니, 얼마 안 되어 언니가 댓글을 달았다.

음악을 좋아하니까 너도 아는구나. 그 날 밤 말했던 사람이 바로 이 사람이라고. 보고 싶어서 눈물이 막 난다고......

그 밤, 언니가 얘기했던, 오래 사랑했다던 그 사람....


댓글을 보고 황급히 구글링을 해보다가 알게 되었다. 

http://yann.tistory.com/214

내가 이렇게 적고 일 년 반쯤 지나서, 그도 하늘로 갔더라. 

한 때 무티의 사랑을 한 몸에 받으며, 파바로티의 뒤를 이을 자, 세계 4대 테너....라고 칭송 받던 사람. 


그라츠에서 그 밤, 거기까진 서로 말하지 않았었다. 우리가 사랑했던 그들이 하늘에 있다는 걸. 

내가 그 일을 겪으며 죽도록 듣던 노래를 부른 사람이, 먼 곳에서 만난 사람과 사랑하던 사람이란 걸, 지금은 하늘에 있다는 걸.....

그 날 우리는 서울과 유럽 어드메에서 페이스북 화면을 사이에 놓고 함께 눈물을 흘렸다.   


더 잘 적어놓고 싶은데 재주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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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yann

sokolov,

2017 / 2017.05.11 04:22

요새 난리 난 음반,

모차르트도 좋은데 라흐마니노프 3번 땜에 난리 났다.

어떤 클덕분이 대충 "스타인웨이로 할 수 있는 타건 실험의 끝판왕"이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잘은 몰라도 격하게 공감되는 말.

알ㄹㄷ에는 뭐 세게 두들기기만 하면 되냐고 안 좋은 별점이 달렸던데, 물론 호불호가 심하게 갈릴 연주란 건 인정한다. ㅎㅎㅎ


3악장 코다 부분은 듣다가 숨도 못 쉴 만큼 전율이 옴.

쩌렁쩌렁 유리 박살나는 소리가 난다. 



수입반 살까 한글자막 달린 라이센스반 살까. 


영감님, 제가 다음에 유럽 갈 때까지 오래오래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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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yann

,

2017 / 2017.05.10 22:38

어쨌든 모두가 예상했던 분이 새 대통령으로 취임했고, 취임 첫 날부터 탈권위적 행보를 보여줘서 기쁘기는 하다. TV를 보는데 딴 세상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지경이다. 


물론 그 분의 일부 극렬 지지자들은 좀 닥쳐줬으면 좋겠다. 자신들이 지지하는 지도자와는 저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사람들처럼 느껴질 지경. 일희일비 할 필요 없는데, 너무나 자극적인 말들이 온라인에 넘쳐나서 볼 때마다 쓸데없이 뚜껑 열리고 난리다.


사실 어제 두근두근하며 출구조사 결과 발표를 기다리다가, 결과를 보고선 눈물이 막 났다. 

나는 여성과 노동자, 성소수자의 권리를 이야기하던 후보를 지지했고, 생각보다 득표율이 훨씬 낫게 나와서 속이 상했다. 

그것보다 성범죄자가 2위로 올라섰다는 사실에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그나마 과반에 가까운 지지를 얻다가 24%에 그친 것이 어디냐고 TK도 많이 변하고 있다고 젊은 세대는 다르다고는 하지만, 그건 득표결과가 나오고 나서의 이야기고, 출구 조사가 나온 직후에는 정말 여태 뭐 한 건가....싶은 절망감이 들더군.


결과는 나왔고, 이제 다 끝난 일이다. 

고생하신 다른 세 후보들(한 명 빼고)께도 박수를 보낸다.

새 대통령은 본인이 몸 담았던 전 정부, 처절히 실패했던 두번째 민주정부를 반면교사로 삼고 최소한 그 정부보다 더 훌륭한 정치를 펼쳐나가길 빈다. 


아마도, 아니 반드시, 그와 그가 꾸려나가는 정부는 성공할 것이다. 그렇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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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ya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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