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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Grand Bleu'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3.08.29 Le Grand Bleu,

Le Grand Bleu,

2013 / 2013.08.29 13:02


그 날 낮에는 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내가 반복적으로 꾸는 몇가지 패턴의 꿈들. 그 중 한가지, 밤에 내가 하늘 높이 떠 있다. 수퍼맨이나...뭐 그런 날아다니는 존재인 것 처럼. 

어느 정도로 높은 곳이냐면, 비행기가 착륙 준비하며 하강을 시작하는 정도? 맨 몸으로 붕 떠서, 도시의 불빛을 저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보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뭐냐면, 그런 불빛들을 내려다 보고 있는 기분 자체는 좋은데, 내 몸을 컨트롤 할 수가 없다는 것. 조금 움직여보려면 엄청나게 애를 써야 겨우 한 뼘 움직일까 말까.

풍경을 보며 잠시 기분이 좋다가도, 움직이질 못해 가위에 눌리는 기분....이라고 표현하면 너무 심하고. 하여간 낑낑대며 용을 쓰다가 깨어난다.


...그게 나 라고 했다.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만족을 할 수가 없어서 마음을 못 붙이고, 항상 어디론가 둥둥 떠다니는.

그런 대화를 나누고 저녁에 그랑블루를 보러 갔다.


영화를 3~4번정도 봤을거다. 고딩때 비디오로 빌려다가 보고 나선, 눈앞 저 멀리에 푸릇한것이 아른아른 거렸던 기억이 있다.

이번에도....극장에서 걸어나오는데 아릿아릿한 푸른 기운.

그 다음에 20대 초반쯤 다시 봤을거다.

그 때는 조아나에게 감정이 많이 이입되었더랬다. 열을 다해 사랑해도 온전히 자기 것이 될 수 없는 남자를 사랑하는 조아나의 마음. 어떻게 해도 가질 수 없는. 그런 사랑에 눈물을 흘렸었다. 그리고 또 몇년이 지나서 감독판을 다시 봤던 기억.


그리고 이번. 극장에서 처음으로 만나는 그랑블루.


90년대 후반, 그랑블루의 포스터는  어딜가나 걸려있었다. 정말 흔하고 흔했다. 여러 버전 중에 이 사진과, 여기에 돌고래 떼가 추가된 버전이 가장 유명했는데, 나는 유달리, 돌고래 한 마리와 쟈끄가 바다 한 가운데 있는 이 버전을 좋아했었다.

그리고 이번에 극장에서 처음 보고 나서는, 이 포스터를 완전히 사랑하게 되었다.


쟈끄와 조아나의 첫 만남, 빨간 잠수복에 고글이 너무 웃겼다. 그걸보고 완전 턱이 땅에 닿을 조아나.

쟈끄의 매력은 다음장면에서 터지는데, 잠수를 마치고 물을 뚝뚝 흘리며 걸어나와 조아나를 마주보는 장면..그 눈빛은...야하더라.


쟈끄는, 땅에서 살 수가 없다. 자기가 원한 삶은 아니었을것이다. 하지만 기억에도 없는 엄마와, 무력하게 바라만 봐야했던 아버지의 죽음. 술에 취해 수영장에서  엔조와 잠수 시합을 하다가 끌려나와, 만취 상태에서 조아나에게 보여준 가족사진.

돌고래가 한마리 있고, What kind of person has a family like this? 라며 흐느껴 우는 장면이 너무 찡했다...


조아나가 부르거나 말거나, 섹스 후에 바다로 달려나가, 밤이 새도록 돌고래와 부둥켜 안는 몸짓, 이 역시 섹스가 아닌가. 예전엔 분명 그렇게 느끼지 못했는데. 이건 단순히 친밀감의 정도가 아닌, 춤이라면 춤이고, 섹스라면 섹스였다.


쟈끄는 나처럼 땅에서 살지 못하는구나....죽어도 바다로 가야만 하는 구나...

물 밑에선, 점점 수면 위로 올라갈 이유를 찾기가 힘들다고 했는데...엔조가 죽고 바다로 돌아간 후로는, 쟈끄는 조아나조차도 그 이유가 될 수 없었던 거다. 사랑하는 마음과는 별개였겠지.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는 '그래, 너 하고 싶은대로 해라. 거기서 살아라. 죽어도 그게 사는거다' 라는 마음이었다.


극장을 나와 어릿거리는 푸른 빛을 즐기면서, 여러모로 복잡해지는 마음으로, 전화기에 넣어둔 그랑블루 사운드 트랙을 들으며 집으로 향했다.




p.s. 

1) 오프닝 시퀀스, 에릭 세라의 the big blue overture와 함께 흘러가는 그 흑백의 장면을 정말 엄청나게 좋아한다. 근데 의외로 화각이 좀 좁아 진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면서.. (줌 인 된듯한? 물론 정확하지 않다..) 생각만큼 인상적이지가 않아서 적잖이 실망스러웠다. ㅜㅠ 

  

찾아보니 이거다!!!  http://www.schnittberichte.com/report.php?ID=4272913



2) 엔딩 크레딧을 보는데, 쟈끄 마욜이란 이름이 작가 명단에 있어서 눈이 번쩍 띄였다. 실존했던 다이버 쟈끄마욜과 엔조 마이오르카를 모델로 각색한 거라고. 실제 두 다이버는 4살 정도 나이차이가 있어 서로 경쟁하던 관계는 전혀 아니었다고 한다.


3) 프랑스어는 더빙버전. 오리지널은 영어버전. 원래는 유럽반과 미국반이 많이 다르고, 미국반은 평이 별로라고. 내가 처음 봤던게 대체 뭔지 모르겠다. 그래서 감독판이 다시 나왔고, 이번에 디지털 리마스터 하면서 뭔가 추가된 것도 같은데 잘 모르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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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ya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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