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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 문화생활 기록 및 자랑질

2017년, 영화

2017 / 2017.06.19 00:43


나는 치매에 걸릴 확률이 일반인 보다 좀 높은 부류의 사람인데, 그래선지 어째선지, 기록에 대한 아주 약간의 강박이 생기려고 한다.

그렇다고 일기를 쓰지도 않지만. 

아, 트위터에 엄청나게 적어대는구나. 그 날의 이동 과정이나, 순간순간의 감정 같은 것들.


이번엔 영화다.  

내가 고르는 영화는 대체로 개봉 1~2주 안에 종영되거나, 아주 구석진 영화관에서 아주 구석진 시간대에 그것도 아주 뜨문뜨문 상영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지방으로 이사오고 나선 영화구경이 분기별로 한두 번 있을까 말까 한 귀한 일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책 포스트를 업데이트 하는 것 처럼, 영화도 그렇게 해 볼까 한다. 끝까지 할 수 있을지는 솔직히 자신 없지만. 





1) 컨택트 / Arrival - 3월 10일, CGV 목동



몇 주전에 남편과 같이 고생스럽게 시간을 맞춰 보고 온 영화가 있는데 무슨 영화인지 도저히 생각이 나질 않다가 그 영화를 통신사 멤버쉽으로 예매해 봤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통신사 홈페이지에 들어가 예매내역을 확인 한 후에야, 그 날 본 영화에 대한 기억을 찾을 수 있었다.


테드 치앙이 쓴 소설이 원작이라고 하는데, 나는 그 양반이 뭔가 과학과 관련된 글을 쓰는 사람이라는 정도만 (이 것도 정확한지 자신없음) 알고 있었다. 워낙 핫하고 잘 나가는 작가인데....책을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 총평이라면 총평.

영화는 좋았으나, 나는 과학과는 담을 쌓고 사는 사람이라서 뭔가 계산이나 직선이나 어쩌고 저쩌고 나오기 시작하면 몰입도가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 그래서 언어를 배워나가는 과정이 살짝 지루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마지막 부분의 감성. 와. 눈물이 줄줄 흐르데. 

너무 복잡하고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이 와락 몰려들면서도 내가 왜 눈물을 흘리고 있는지 조금 이해가 되지 않았다.

복잡한 머릿속에서 가장 위로 톡 튀어 오른 말, "저주잖아, 저건!"


2) 문라이트 MOONLIGHT  - 3월30일, 서울극장


 


House of Cards에서 참 인상깊게 봤던 배우인데 도통 이름을 외우지 못 했던 바로 그 마허샬라 알리(Mahershala Ali)가 오스카 남우조연상을 받았다고 하길래, 안 그래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참에 이건 꼭 놓치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했다.

근데 미루고 미루다가 정말 종영 직전까지 못 봐버렸다. 정말 작정하고 보려고하니 영화 시간표는 정말 개판이고 (조조 아니면 퇴근시간대에만 있어서 서울왕복이 불가능)....

아...이러다 정말 놓치겠구나, 싶은 지경까지 이르러서 삼일 연속으로 서울에 가서 이 영화를 보는 날은 극장에서 두 탕을 뛸까도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영화는 반드시 극장에 가서 봐야한다. 즉 서울에 가야한다.)

사연이 조금 복잡한데, 하여간 우여곡절 끝에 남편이랑 저녁 타임에 같이 보려던 공각기동대는 취소하고(남편의 취존을 위해 같이 보려고 했는데 관람평이 영 엉망이라 안 본다고 함 ㅋㅋㅋㅋ 남편은 공각기동대 덕후라 망작이라고 꼭 보겠다며....), 서울극장 오후 4시 상영건을 예매하고, 남편은 왕십리 아이맥스 4시 50분 건을 예매해서 편하게 남편 차 얻어타고 서울가서 보고 오는데 성공. 


일단은 책에서만 보던 흑인말투를 실제로 들을 수 있어서 되게 신기했다. "Who is you?"라던가 "I ain't do nothing." 내가 흑인 문화에 정말 익숙하지 않구나 싶기도 하고, 아니, 흑인들만 나오는 영화를 잘 안 보기도 했고, 더 나아가서 국내에 별로 소개되지도 않은 것 같고....


사실 뚜렷한 줄거리는 없다. 그냥 인생과 일상에 대한 이야기다. 빗대자면 브로크백 마운틴의 흑인버전이라고 봐도 될까?하는 생각이 엔딩 크레딧이 올라오자마자 들었고. 마허샬라 알리는 여전히 너무나 멋지고.  

가슴에 울림을 주는 것 만큼은 틀림없는 영화. 극장에서 놓쳤다면 참 많이 후회했을 영화라고, 이 정도까지만 적어두자. 

이 영화는 말을 아껴야 할 것 같은, 그런 느낌이다.  


(사실은 남편이랑 같이 볼 까 하는 생각도 했는데....그러지 않길 정말 잘 했다는 생각을 한다.....ㅎㅎ)


3) Amy - 4월 5일, 집에서



The girl behind the name. 

재작년엔가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처음 선보였는데, 시간이 안 맞아서 못 보고 왔던 다큐멘터리 영화다.

너무 무료하고 우울해서 시간 떼우려고 봤는데 그냥 괜히 봤나도 싶고.


결손가정에서 방임 속에 자라며 자존감은 바닥이지만 빛나는 재능을 타고났고, 재능을 막 꽃 피웠지만 성공을 감당할 수 없는 연약하고 예민한 사람이며, 우울증과 알오콜/약물 중독에 시달리고, 결정적으로 남자 잘못 만나 신세 망치고 스물일곱에 죽어버린 여자의 이야기.


왜 또 스물일곱인가.


그가 죽고나서 호기심에 앨범을 주욱 듣다가 내가 주로 듣는 음악도 아니고, 소울풀하고 힘있는 목소리가 참 매력적이긴 했구나. 재능있던 사람이었구나....하고 말았던 기억이 난다.

그나저나 에이미 아빠, 밋치 와인하우스, 개새끼.




 

13 REASONS WHY

House of Cards Season 5



6/11

Golden Age

Elizabe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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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yann

책, 2017년 6월

2017 / 2017.06.13 00:00


4월까지 http://yann.tistory.com/1023

5월 http://yann.tistory.com/1042


1) Diary of a wimpy kid #9 The Long Haul / 6월 4일


아 졸라 지겨운데 그래도 쉽게 편하게 읽는 맛에 그냥 꾸역꾸역.....



2) 나의 진짜 아이들 / 조 월튼 / 이주혜 / 아작 / 6월 12일



일단 재밌다. 

작가가 휴고 상을 수상한 전적이 있고, SF로 분류되어있길래 뭐지 하고 읽었는데, 장르 구분이 좀 애매하긴 하다. 역사를 뒤집어놨다. 

핵무기가 사용되어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주인공들은 반핵 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역사에선 이미 죽은 사람들이, 책 속에선 죽지 않고 살아서 세상에 큰 영향을 미치며 살아가고, 달에서 사람이 살고, 화성으로 진출하는 첫 발을 떼기도 한다. 그래서 SF인가? 잘 모르겠다. 


재미는 있는데 이런게 SF라면 어쨌든 내 취향엔 조금 그렇다. 너무 많은 사건과 사람으로  꽉꽉 채워놨다. 좀 산만하고 정신없다. 

SF를 최근에 몇 권 연달아 읽었는데, 늘 좀 별로. 설득력이 떨어진달까. 

'이건 좀 황당하다'는 생각이 한 번 들어버리면 그 책에서 일단 별 하나가 빠지는 거다. 

   


3)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 수 클리볼드 / 홍한별 / 반비 / 6월13일



음. 결국 이 책의 초점은 '자살'.

일단, 의문이 든다. 에릭의 엄마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그리고 수사 당국이 딜런은 '자살을 하기 위해 살인을 했다' 고 결론내지 않았다면 이 사람이 이런 책을 쓸 수 있었을까?

소시오패스로 결론난 에릭의 엄마라면 이런 책을 써서 사람들 앞에 나서 '아무리 사악한 짓을 했지만, 그래도 나는 내 자식을 사랑한다'고 감히 말 할 수 있을까?

범행 계획 과정에서 약간은 수동적인 모양새를 보였고 우울증과 자기파괴적 성향이 에릭의 폭력성과 결합해 저지른 사건이라고 설명하는 부분에선 '아 이건 좀....'하는 생각.

물론 수 클리볼드는 최대한 객관성을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고, 책의 곳곳에서 '내 아들은 엄청나게 사악한 죄를 지었다', '아무리 사죄해도 모자라다'는 이야기를 한다. 살인-자살과 자살-살인이란 연결 고리도 끈질기게 설명한다. 어쨌든 후반부에서 자신의 자살예방활동 및 자살예방을 위한 지침을 알려주는 부분은 딜런이 '살인했다'보다는 '자살했다'는 사실에 촛점을 맞출 수 밖에 없다. 

컬럼바인 총격사고에서 일부 희생자 부모는 클리볼드 부부에게 '당신들은 죄가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한다. 

수 클리볼드 역시 자식을 잃었고, 자식을 잃어 슬프다고 내놓고 말할 자격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클리볼드 가족 전체를 용서할 수 없는 희생자와 가족들이 더 많을 것이다. 테드에 나와서 강연하고, 책을 출판해 '나도 슬프기는 하다'고 공개적으로 말하는 것을 그들이 납득할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문제는, 클리볼드가 책 속에서 되풀이하며 말하듯,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으니까'라는 말에도 동감한다. 

양가감정을 엄청나게 많이 던져주는 책. 

부모들이 읽으면 감정 이입이 좀 더 명확하겠지. 


+

최근 victim을 survivor로 바꿔 부르는 경향이 있는데, 그걸 직역해 자살자의 유족을 '자살 생존자'로 칭하는 것을 신문기사에서 본 적이 있다. 어처구니가 없었다. 강간 피해자를 생존자라고 부르는 것과는 경우가 다르다. 강간은 실제로 목숨과 인격에 위협을 가하는 범죄다. survive는 위험에서 살아 남았다는 말도 되지만 살아있는 상태로 남아있다는 뜻도 있다. 강간에서 살아남았다는 표현은 적확하지만, 유족을 생존자로 바꿔 부르는 것은 오역이자 본래의 의도를 오독한 것. 자살이 범죄인가? 자살자 유족은 범죄의 희생자인가?

물론 자살자의 가족에서 2차적인 자살이 발생할 가능성이 워낙 높으니, 부차적인 사고를 막기 위한 노력이라고 볼 수는 있지만, 이건 자살 당사자는 어쨌든 죽어 없어져서 어쩔수 없으니 남은 사람에게 집중하자....는 어감을 주는 것 같아서 영 찜찜하다. 자살 당사자는 어쩌라고? 죽었으니 닥치라고?



++ 

넷플릭스 13reasonswhy를 봤는데, 다 보고서 화가 치밀었다. 마지막 화에서는 완전히 노골적으로, '자살은 막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공익 광고처럼 들이민다. 그때 우리가 말 한마디만 다르게 했다면, 태도를 조금만 달리 했다면, if를 수없이 들이대면서. 이미 벌어진 일에 대해 if를 말해봤자 아무 소용없다. 씨발. 

아니, 일단 테이프 만들어서 원한 있는 사람들한테 돌려가며 '내가 죽는건 니들 때문이야!!!!'라고 하는 미친듯한 공격성도 전혀 공감이 안 가고, 작은 일이 쌓이다가 자존감이 추락하고 한도 끝도 없는 자책에 휩쓸리는 것을 머리로는 이해하는데 도저히 공감할 수가 없어. 여자 주인공의 감정선을 알 수가 없다. 아주 작은 일로도 인생이 미친듯이 힘들 수 있다. 특히 기분장애 환자들은 누가 말 한마디만 불친절하게 쏘아붙여도 그거 하나로 며칠동안 자학하고 괴로워 할 수 있는데, 그런 부분을 공감할 수 있게 제대로 보여주는 작품이라곤 생각 안 함.

상담실가서 모든 걸 끝내고 싶다고 하는데도 아무 감정이 안 들더라니까. 그런 점에선 망한 드라마임. 




4) 운명과 분노 / 로런 그로프 /  정연희 / 문학동네 / 읽는 중 6/14~



5) Mrs Dalloway / Virgina Woolf / Alma Classics / 읽는 중 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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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ya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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