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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 문화생활 기록 및 자랑질

책, 2017년 1월~4월

2017 / 2017.05.01 02:17

앞으로 완독하게 되는 책은 여기에 업데이트 할 생각.


2월


1) 이성과 감성 / 윤지관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637375


작가의 첫 작품이어서일까? 이어지는 작품 "오만과 편견"과 너무 많은 에피소드들이 겹친다. 마치 "이성과 감성"을 바탕으로 "오만과 편견"이란 변주곡 격의 작품을 쓴 것 같다. 인물의 성격이 생생하고 오만가지 속물들과 푼수떼기들을 등장시킨건...문학적으로는 흥미롭지만 읽기엔 참 짜증스럽다.

주인공 및 주인공과 결혼할 남자들을 제외하면 전부다 속물이고 문제있는 성격으로 그리는 이상하게 꼬인 세계관도 정말 맘에 안듬.


속으로 제인 오스틴의 문학사적 가치를 끊임없이 되새기며 이 작품은 역사적으로 찬사를 받는 작품이라고 나를 부득불 설득하며 읽었다.

그렇지 않으면 정말 중도 포기할 뻔. 

그리고....영문학과 교수는 전문 번역가가 아니지. 아예 포기를 하게 되니 그냥 거슬리지 않더라. 생각보다는 빨리 읽혔다.



3월


1) Animal Farm



좀처럼 완독을 못 하다가 겨우 끝냈다. 읽으려고 펼쳤다가 접은 책들이 열 권도 넘는 것 같다.

그 여자가 미소지으며 삼성동으로 꺼지는 꼬라지를 보고서 후반부를 읽으려니 답답하고 속 터져서 돌아버리는 줄 알았다.

그저 끝까지 당하기만 하는 바보같은 동물들.

사리를 분별하고 함부로 휩쓸리지 않는, 조금이라도 똑똑한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자.


2) 권교정 단편집

완결작이 좀처럼 없다. 그걸 작가의 탓으로 돌리며 비판을 했던 적도 있다. 만화를 많이 보는 것도 아니고, 작가의 사정을 잘 알지도 못 하면서....

반 정도는 아주 오래 전에 읽었던 작품들, 나머지 반은 처음 읽는 작품들. 

중세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들이 특히 좋고, 헬무트의 외전들이 너무나도 좋고. (헬무트는 건강이 회복하더라도 다시 그릴 생각이 없다고 했다.....)

권교정 작가가 그리는 세계 속의 인물들은 가슴에 뭔가를 하나씩 품고 있다. 그리고 그런 인물들은 대부분 제3자의 입장에서, 제대로 이해되지 못 한 채 서술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정말 가슴이 아프다......


새 작품이 나온 김에 예전 작품들을 좀 소장해 볼까 싶어 둘러보니 대부분의 책들이 품절이다. 중고시장에서도 (만화 덕후가 아닌) 일반인의 힘으로 구하기는 좀 힘들어 보인다. 한국 출판시장, 그것도 그 가장자리의 만화출판계이니 말 다 했지......


앞으로 5년 정도는 쉬어야 할 것 같다고, 예전 만화의 뒷 이야기를 홈페이지에 조금씩 공개하는 것에 어떻게 생각하냐는 글이 올라왔던데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3) 마담 보바리 - 귀스타브 플로베르 / 김화영 - 3월31일



"위대한 문학" 

 얼마나 상투적이고 뻔한 말일까. 서양 고전문학을 읽는 독서모임에서 몇 년째 책을 읽고 있지만, 한 번도 저 단어를 실감한 적은 없었다. "와 정말 좋은 책이다." 혹은 "훌륭하다" 정도가 최고의 감상이었다. 고전은 고전일 뿐, 왜 고전이고 좋은 작품이라고 하는지 이해하기 힘든 적도 많았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서 "위대한 문학"이란 말이 허황된 말이 아니라는 것을, 이 단어의 힘과 실체를 드디어 깨달았다. 

 특히 농업 공진회 장면은 정말 문학사의 걸작이고, 엠마가 죽어가는 장면에 깜짝 등장하는 그 인물, 센세이셔널했다.

 묘사가 너무나도 정밀해서 영화 시나리오를 읽는 듯 한 느낌도 들었다. '영화'가 등장하고 나서는 문학에서는 더이상 상세한 묘사를 하지않고 시각적 효과가 대폭 줄어들었다는 대장님의 부연설명에 A ㅏ.....(이 맛에 독서 모임을...)

 김화영 교수가 해설에서 강조하는 "스타일", 문단의 구조, 문장의 배치, 단어의 사용까지, 원어를 안다면 더듬거리면서라도 짚어보고 싶지만 아쉽게도 불문학이라 불가능하다. 

약 500페이지. 나는 보통 이 정도 분량을 하루에서 이틀이면 읽는데, 자를 대고 줄을 긋고 포스트잇을 붙여가며 세세하게 따라잡느라 완독하는데 사 일쯤 걸린 것 같다. 

깨알같고 촘촘한 디테일을 잘 따라가야해서 좀 힘들고, 같은 이유로 재독, 삼독이 필요한 책이다. 



4월


1) 죽어가는 짐승 - 필립 로스 / 정영목 - 4월22일



존나 야하다. 포트노이의 불평도 읽다가 너무 짜증나서 덮어버렸던 기억이 있는데.

몸에 대한 페티쉬와 20세기 후반 격동의 미국 사회를 아주 훌륭하게 비벼놨다. 역시 필립 로스답게 개인과 사회를 잘도 버무려놨다. 대단하다. 근데 남성이 여성을 소비하는 방식이 어쩔 수 없이 너무나 뻔하고 짜증나서 욕지기가 나는 건 어쩔 수 없더라.

내가 좋아하는 작가이고, 원서와 번역서를 꾸준히 읽고 있다. 아직 안 읽은게 뭐지? 휴먼 스테인,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 전락을 읽었나? 네메시스는 읽다가 끝을 못 냈고. 아, 굿바이 콜럼버스도 안 읽었구나. 국내 번역서 중에서 반 정도 읽었나....라기엔 휴먼 스테인하고 공산주의자가 분량이 너무 크다. 부지런히 읽자. 


2) 베네치아의 종소리 - 스가 아쓰코 / 송태욱 - 4월24일


  


스가 아쓰코는 말년에 글을 쓰기 시작해 죽기 전 팔 년 동안 여덟 권의 책을 남겼다고 한다. 

전쟁 직후의 일본을 떠나 유럽으로 유학온 배경에는 부유한 집안도 있지만 젊은 시절 육개월 간의 유럽 여행을 평생의 추억으로 품고 사는 아버지가 있어 가능했다고. 

세 권의 책이 한 번에 나왔고, 트위터의 출판인들께서 추천을 하시기에 들여다 보니, '베네치아'라는 이름이 등장해서 냅다 지르고 좀 묵혀두다가 이제야 읽었다. (그런 책이 한두 권인가만은...) 

대륙을 건너 떨어져 지내는 부모와의 관계, 남편의 죽음, 해외 생활의 외로움...그러면서도 일본을 벗어난 자유와 해방감.....

앉은 자리에서 단숨에 읽었고, 마지막 장을 끝내고 다른 두 권 (<코르시아 서점의 친구들>,<밀라노, 안개의 풍경>)을 냅다 주문했다. 


사실 얼마 전까지 일본 문학은 읽지 않겠다고 이를 박박 갈았다. 일본어 번역서에서 느껴지는 언어 특유의 나른하고 늘어지는 느낌이 일단 영어에 익숙한 내 언어 감성에 맞지 않고, 매체를 가리지 않고 내게 다가오는 일본의 정서에 거부감이 심해진 상태였고, 내가 여태 접한 다니자키 준이치로나 다자이 오사무의 탐미적 성향과 성적 묘사를 참기 힘들었다. 근대에 쓰인 서양고전문학도 충분히 참아주기 힘든데 뭐하러 일문학까지 읽어야 하냐!는 것이지. 


작가의 유년 시절 일본에서의 추억이나 전쟁 중의 묘사, 그게 대한 일본인으로서의 감상이 책 속에서 내내 이어진다. 그래도 그나마 약간 희석이 된 느낌. 또한, 아무래도 현재에 과거를 추억하며 써내려간 글이라서 내가 갖고 있는 유럽에 대한 추억과 그리움을 자극하는 측면이 일본어로 된 글에 대한 거부감보다 훨씬 더 큰 듯 하다. 작가가 코즈모폴리탄인 것이 글에도 작용한 것일까. 그래도 이탈리아를 떠나 일본으로 돌아와 20여년을 일본사회에서 살다 죽었는데....


어쨌든 이 작가의 글들만큼은 일문학 금지령에서 예외로 두기로. 


3) 빅맨 빅보이스 : 세상에서 가장 작은 성악가 - 토마스 크바스토프 / 김민수 / 4월26일



2010년 사이먼 래틀의 지휘로 베를린필이 연주한 마태수난곡 오페라 버전을 보다가 2부에 등장한 토마스 크바스토프의 외모에 눈길이 갔다. 그리나 외모에 대한 주목은 곧 목소리로 옮겨갔다. 탁월한 베이스 바리톤이다. 과연 베를린필의 연주에 솔리스트로 참여할 실력을 갖춘 사람이었다. 이 사람이 궁금해져 검색해보니 자서전이 하나 나오는데 이미 절판. 중고로 하나 사 버렸다. 칼럼니스트로 활동했던 형 미하엘이 동생의 구술을 정리해 형제의 협업으로 완성되었다고 한다. 


토마스 크바스토프는 모친이 복용했던 '탈리도마이드'라는 입덧 방지제/수면제의 부작용으로 장애를 갖고 태어났다. (관련글) 장애를 가진 예술가는 흔히 예술성 보다는 장애를 <극복>했다는 서사에 더 많은 관심을 받기 마련이다. 하지만 본인도 자서전에서 누누히 밝혔듯, 중요한 것은 실력이다. "저런 장애를 가졌는데도!"라며 평균보다 조금 나은 수준의 일부 장애인 음악가들을 소비하는 언론과 관객의 태도는 확실히 문제가 있다. 나는 성악을 많이 듣지는 않기 때문에 아주아주 유명한 성악가외에는 잘 모르며, 이 분에 대해서는 몰랐다. 음반으로만 접했다면 장애여부는 알지도 못 했을 것이다. 

예상과 비슷하게 성장과정의 어려움, 장애로 인한 고뇌 등이 솔직하지만 밝고 명랑하게 적혀있다. 쉽게 읽힌다. 독일어권 책을 많이 읽지 않아서 독일 가정의 문화를 잘 몰랐는데 당시의 대중문화나 생활환경에 대한 묘사도 재밌다. 물론 음악가로서의 노력과 고민도 풍부하게 읽을 수 있다. 

  

4)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 줄리언 반즈 / 최세희 / 4월28일



원서로 두 번인가 읽고 번역서는 처음 읽어본다. 반즈의 책은 이것 말고 <용감한 친구들>을 읽었는데, 내가 추리소설을 선호하지 않는지라 취향에 맞지 않더라. 

일단 나는 이 책이 "충격적 반전" 운운하며 소비되는 것이 그닥 맘에 들지 않는다. 아, 충격적인건 알겠는데 그게 이 책의 전부가 되어버리잖아. 얼마나 총명하고 정밀하게 쌓아올린 구조인가. 두 번 이상 읽으면서 결말로 치닫는 그 과정도 즐겨야 하는데. 

또 번역서 제목에 대해 지금까지도 말이 많은데, 솔직히 "예감은 틀린다~" 해 버리면 대놓고 제목 스포 아닌가? 세번째 읽은 지금, 독자의 기대를 어느 정도 틀어버린다는 측면에서 이 제목을 선택한게 차라리 탁월하다는 생각도 든다. 

역자가 제목을 정하는 것도 아닌데 모르는 사람들이 역자 욕 하는 것도 좀 화난다. 번역서 교본으로 삼고 싶을 정도로 대화체 처리가 좋고, 걸리는 문장도 별로 없다. 

다 읽고 든 생각은 "영국판 하드커버 사야지~"

반즈는 천재다. 


5) 제멋대로 함선 디오티마 1~4 - 권교정 / 4월 28일



내가 좋아죽는 소재가 있다면 바로 '절대 고독'....

클라투가 Hope앨범에서 노래한 폴리제니아 행성에 혼자 남은 등대지기 이야기, 레이 브래드버리의 <안개 고동>, 영화 <컨택트(Arrival)>의 결말....그리고 진화하는 영혼 디오티마의 이야기, 요정을 사랑한 남자 헬무트의 이야기......

사무치는 그리움과 외로움을 이야기하는 작품은 사실 흔해 빠졌고, (특히 SF쪽에선)진부하기 이를 데 없는 소재이지만, 읽을 때 마다 좋아서 환장하겠는데 어쩌라고.

그리고 권교정은 그런....외롭고 아프고 사무치는 이야기를 그리는데 참 탁월한 작가다. 

시중에 1,2,3권은 재고가 있는데 어째 4권만 품절이다. 중고로 1,2권은 초기 발핸본, 3,4권은 재출간본으로 구입했다. 늦기 전에 1,2권 재출간 본도 사 둘까 싶다. 

권교정 작가가 아직 조금이나마 작품 활동을 할 수 있을 때, 더 모아두고 싶고 뭐 그렇다. 

오늘 (5월1일) 헬무트(정말 구하고 싶었음!), 붕우 및 초기작 시리즈를 중고로 또 질렀.....


6) 아주 사적인 독서 - 이현우 / 4월30일



서평가 "로쟈" 이현우의 책. 참여 중인 독서 모임의 발제문에 종종 이 책이 언급되길래 읽어봤다. 

마담 보바리, 주홍 글자, 채털리 부인의 연인, 햄릿, 돈키호테, 파우스트, 석상손님 까지 서양고전문학 중 7 작품을 선별해 해설하는 책이다. 쉽게 읽히고 좋다. 책 꽤나 읽어본 양반이 차근차근 정리해 주니, 두껍고 쉽지 않은 책을 뻑적지근하게 읽고 나서 마무리로 곁들이기에 괜찮을 듯 하다. 

물론 작품에 대한 해석은 자신의 생각과 다를 수 있다는 점, 염두에 두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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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ya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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